선생님의 호인 毅齋의 의(毅)는 '떳떳하다,' '굳세다'라는 뜻이고 재(齋)는 흔히 집이나 호에 붙이는 말로 새겨도 무방합니다. 의재라는 호는 선생님께 한학을 가르쳐 주셨던 무정 정만조 선생께서 지어주셨다고 합니다. 의재 선생님의 평생을 예언이나 하듯, 의재 선생님의 삶과 너무나도 어울린 호가 아닐 수 없습니다.
약력 속에 들어나듯, 선생님은 일찍 이룬 예술가로서의 세속적 성공에 아랑곳하지 않고 무등산 계곡에 은거합니다. 그래서 겸허하고 청빈한 사상가, 실천적 계몽가로서의 삶을 사시게 됩니다. 하늘과 땅, 그리고 사람을 사랑하자는 삼애(三愛)사상을 실천하셨습니다. 그래서 문인이나 남종화라는 말이 그 의미조차 희미해진 오늘날, 의재 허백련 선생의 예술과 삶은 더욱 빛을 냅니다.
1974년 3월 어느 봄날, '25시'의 작가 게오르규 부부가 춘설헌을 찾아왔습니다. 작가는 물었습니다. "난초는 동양인의 마음과 같다는데, 대하기 까다롭다는 뜻입니까?" 의재 선생은 "아니지요. 조용하고 깊이가 있다는 뜻입니다. 흔히들 난을 선비정신이라고 하지요"라고 대답하셨습니다. 덧붙여, 난은 적당한 온도와 습도가 필요하다는 것, 습도가 조금만 안맞으면 죽고 만다는 것, 그래서 잠수함 속의 흰 토끼는 난과 상통한다는 것을 덧붙여 말씀하셨습니다.('잠수함 속의 흰 토끼'는 게오르규가 시인의 역할을 비유한 표현이다. 토끼는 잠수함 속의 산소량이 적어지면 토끼는 사람보다 먼저 죽는다, 즉 사회가 병들면 시인이 먼저 숨쉬지 못하게 된다는 뜻이라고 한다.)